잉카 쇼니바레와 잉그리드 폴라드의 차이

그렇지만 폴라드의 작업에는 쇼니바레와 공통점을 보이면서도 명확한 차이점도 있다. 그녀가 카리브해 지역(가이아나)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여성이라는 사실과도 큰 관계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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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으로 살아가는 생활과 체험이 발생하는 장소는 언제나 도시 환경 속에 한정된 듯 여겨진다. 처음에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찾았을 때는 멋진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을 산책하는 흑인은 나 혼자뿐이었다. 하얀 망망대해 속에 던져진 흑인 한 명이라는 느낌이었다. 시골을 찾아가는 일은, 언제나 불안과 공포를 길동무로 삼아야 한다.”

일반적인 백인 남성은 느낄 수 없을 감각일 것이다. ‘전형적으로 영국적인’ 풍경, 그 속에 몸을 두는 행위 자체만으로 ‘노예 출신의 여성’에게는 강한 공포와 불안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이다. ... ‘포스트콜로니얼’ 시대의 미술은 우리에게 이러한 시점, 다름 아닌 ‘타자의 시점’을 요구한다. 무척이나 힘겹지만 우리의 시야를 확실히 넓혀 주는 요구이기도 하다. 재일조선인 남성인 나는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찾아갔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괜찮은 걸까? 이렇게 말하는 나는 과연 누구인 걸까?

190205 서경식의 인문기행 : 런던 — 잉카 쇼니바레, 릿터 15호:연애소설